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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우리의 대학은 총체적인 위기에 처해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와 사학재단의 왜곡된 대학지배는 위기의 본질이고 원천이다. 더욱이 최근 정부의 무분별한 대학정책은 위기를 한층 심화시키고 있다.

  교육부는 교육의 공공성과 민주성을 무시한 채 시장논리를 대학사회에 무차별적으로 강제하고 있다. 또한 자생적인 학문재생산 구조의 구축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는 학문정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60%에도 못 미치는 교원 충원율로 수급 구조가 더욱 악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계약제와 연봉제의 강제 도입, 임용 방식의 무절제한 다변화에 의한 교수직의 비정규직화, 교수 업적평가제의 무리한 실시 등을 통해 대학사회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데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사학재단의 전횡적 대학지배는 관료제적 통제보다 더 근본적인 대학 위기의 요인이다. 재단이 대학을 축재와 영리수단으로 악용하고 교육부가 그에 대한 감독을 방기하는 데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병폐인 사학비리가 생겨났다. 비리의 장본인인 사학재단은 교육부를 먹이사슬로 끌어들이고 국회 상임위를 포함하는 요처에 전방위 로비를 벌이며, 대학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는 교수들을 탄압하고 있다. 비리사학재단을 몸통으로 한 부패의 공생구조가 교권을 억압하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부정하고 대학을 황폐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교수들은 교육과 대학의 이러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대학의 민주적 개혁을 이루기 위해 교수들의 새로운 형태의 조직적 대응이 필요함을 절감하였다. 우리는 노동조합이 교권과 노동권을 동시에 보장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직 형태임을 확신하였다. 이에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교수노조 추진기획단과 준비위원회를 통하여 교수노조 건설의 타당성과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였다. 또 각종 지역설명회와 교육·사회 단체 등과 간담회를 통해 교수노조의 필요성을 홍보하고, 교수노조가 건설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아울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교수의 노동기본권을 봉쇄한 국가공무원법 제66조와 사립학교법 제55조의 개정을 국회에 청원하고, 그밖의 여러 방법으로 교수의 노동기본권 회복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역설하여 왔다. 이러한 노력으로 대학개혁과 교권수호를 열망하는 수많은 교수들이 교수노조의 발기인으로 직접 참여하거나 교수노조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으며, 또한 수많은 교육·노동·사회 단체들과 시민들이 교수노조의 건설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교육부의 계약제 및 연봉제의 강제 도입이 눈앞에 다가온 현 시점에서, 우리 교수노조 발기인들은 진정한 대학개혁을 위해 교수노조의 건설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절박한 충정으로 오늘 전국교수노동조합의 출범을 결의하고 선포한다.

  전국교수노동조합은 공공성을 지향하는 민주적 대학운영 구조의 확립, 대학자치와 학문자유의 구현, 교육과 연구의 질 향상, 교권과 교수신분의 보장,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대학의 건설 등을 주요 정책 방향으로 제시함으로써 고등교육 개혁의 큰 희망이 될 것이다. 나아가 전국교수노동조합은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첫째,
공공성을 지향하는 민주적인 대학운영 구조를 확립하기 위하여 국공립대학·사립대학의 지배구조를 민주적으로 개혁하여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정책결정 과정에 교수조직의 참여를 제도화하며, 대학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한다.

둘째,
대학자치와 학문의 자유를 구현하기 위하여 진취적이고 건설적인 대학공동체를 구축하고 대학의 책무에 걸맞은 자율적 연구환경을 확보하며, 균형 있고 종합적인 학문정책을 정비한다.

셋째,
교육과 연구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교육·연구의 기반시설(인프라)을 대폭 확충하고 교수 충원율을 획기적으로 제고함으로써 대학강사 문제를 해결하며, 새로운 교육 모델과 그에 적합한 대학교육의 제도적 환경을 창출하고 중장기적인 기초학문의 지원체제를 확립한다.

넷째,
교권과 교수 신분을 보장하기 위하여 계약제와 연봉제의 도입을 저지하고 안정적인 교육과 연구의 질 향상을 위한 합리적인 정년보장제를 정착시키며, 해직교수 문제에 대하여 조직적으로 대응하고 지원한다.

다섯째,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대학을 건설하기 위하여 국가의 교육재정을 확대하고 평등한 교육권을 보장하며, 사회에 개방적인 대학체제를 건설하고 사회민주화를 위해 교육·노동·시민·사회 단체들과 연대사업을 추진한다.


  오늘 우리는 대학사회의 진정한 개혁을 위해 어떠한 어려움도 같이하며 힘을 모아 모든 장애를 극복해 나갈 것을 굳게 다짐한다. 우리는 대학의 학풍을 일신하고 학문재생산의 기반을 구축하는 교수노조의 활동에 모든 동료 교수들이 동참하기를 호소한다.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위하여 노력하는 모든 단체와 시민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확보하려는 우리 교수들의 충정을 이해하고 전국교수노동조합을 적극 지지할 것을 확신한다.

  이제 우리는 모든 교수와 대학구성원, 민주단체 그리고 민주시민들과 손을 맞잡고 전국교수노동조합을 교육민주화와 사회민주화의 초석으로 만들어 나갈 것을 다짐한다.

2001년 11월 10일
전국교수노동조합 대의원 일동